“엄마, 10,000포인트 넘었어요.”
작은 미소로 담담하게 말했지만 지우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거렸습니다.
영어독서왕 선발대회 기간은 지우와 엄마에게 회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사춘기의 시작으로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던 지우에게는 자기감 회복의 시간, 마음만큼 아이들 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직장맘 엄마에게는 아이와 자신에 대한 신뢰의 회복 시간이었습니다. 1,2학년 때 학교 방과 후 영어교실을 다니다가 재미없다며 그만 둔 이래로 지우는 영어와 영영 이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우가 4학년 때 학교에서 리딩게이트를 시작하자 저는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엄마의 기대와 달리 지우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리딩게이트를 하는 문제로 지우와 몇 번 실랑이가 있은 후에는 저도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2018년이 시작되자 별안간 리딩게이트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1레벨을 하다가 그만두었는데 그것을 마무리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솔직히 ‘기왕이면 좀 더 높은 레벨을 하지’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접어두고 지우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지우는 결심한대로 1~2월 동안 무난히 1레벨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것으로 끝일 줄 알았는데 지우는 이번 영어독서왕 선발대회의 대상에 도전했습니다. 대회기간 초반에는 같이 참가하는 동생과 의기투합하여 엄마가 신경 쓸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1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지우는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원인은 시간과 체력의 부족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운동을 마친 후 리딩게이트를 하다보면 밤 12시가 되었습니다. 늦잠을 자기 일쑤였고 규칙적이었던 생활리듬이 모두 깨져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동안 지독하게 감기몸살을 앓았습니다. 지우와 의논하여 대회기간 동안 운동을 쉬기로 했습니다. 시간의 여유가 생겼는데도 지우는 여전히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힘들어 했습니다. 그만두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자기가 한 말 때문에 마지못해 리딩게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짜증내며 ‘그만 두라’고 하면 모두 편하겠지만 저는 지우의 처음 결심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지우도 천천히 가라는 엄마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주었습니다. 이후 지우는 알람을 평상시보다 30분 일찍 맞춰 놓고 리딩게이트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느 주말, 아직도 리딩게이트를 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내용이 재미있어서 내일 할 것을 미리 읽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영어읽기에 이렇게 효과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주신 리딩게이트 관계자들과 이 길을 연결해주신 과천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및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